한국의 기자들에게 출입처는 벙커다. 들어가서 안 나온다.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키고는 수세적으로 기사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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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뉴욕타임스>에는 정치부 또는 사회부가 없다. 그들은 '영역'이 아니라 '지역'에 따라 임무를 나눠 맡는다.
우리의 정치부에 해당하는 일은 <뉴욕타임스> '워싱턴 지사'의 몫이다. 워싱턴에 주재하는 기자들이 백악관, 연방정부, 연방의회 등을 두루 담당한다. 백악관 브리핑룸에 드나드는 전속 기자가 있긴 하지만 대다수는 주요 관청들을 유연하게 넘나든다. 이들은 워싱턴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도 함께 담당한다. 우리의 사회부 기자 노릇도 함께 맡는 것이다.
본사가 있는 뉴욕에는 '시티 데스크'가 있다. 우리의 사회부와 흡사하지만 기자마다 전속 출입처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뉴욕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 행정 등을 포괄하면서 느슨하고 넓은 의미의 '전문 (주제) 영역'에 따라 각자의 방식으로 기사를 쓰면, 데스크가 좋은 기사를 선별하여 게재한다.
이런 편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기자들은 말 그대로 '쏘다니는' 수밖에 없다. 관점을 이동하며 기사거리를 찾을 것이다. 갈등의 현장이 생기면 가장 먼저 달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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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지키고 더 강화해야 하는 것은 출입처 체제가 아니라 정보공개청구 제도를 포함한 '시민의 알 권리' 차원의 각종 제도다.
미국언론의 진화 과정을 살펴보면 전업 기자의 혁신과 함께 그 외곽에 있는 방대한 '프리랜서 기자'들의 위협이 있었다. 기성과 관성에 안주하려는 이른바 유력 매체에 비해 그들 자유 기자들은 끝없이 혁신을 도모해 대중의 호응을 얻었다. 그것이 곧 유력지를 자극항뎌 언론계 전체의 진화로 귀결됐다.
미국에선 주로 News story 또는 Story라는 단어를 쓴다. 기자가 등장하는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사를 가져오라"고 호통치는 편집국장이 쓰는 단어는 Story다. 얼핏 들으면 "소설 써서 가져오라"고 기자에게 명령하는 것 같다.
Article은 하나의 단편 기사를 뜻하고 Story는 하나의 테마에 대한 일련의 기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영미 언론인들은 취재보도 과정에서 '단발 보도'가 아니라 '일련의 종합적 기사 체계'를 확보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뉴스는 더 이상 '새롭고 충격적인 사실'이 아니다. 모두 알고 있지만 제대로 모르고 있는 사실이 뉴스다. 이를 드러내는 능력이 곧 기자의 자질이다. 어떤 기자는 내러티브, 다른 기자는 분석해설, 또 다른 기자는 조사통계 등 그 무기는 각자 다를 수 있지만 추구하는 바는 같다. 정치권력을 비롯한 여론주도층이 아니라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가는 각자의 방법론을 갖추고 있어야 기자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자의 자격 요건도 변화한다. 공부하고 성찰하고 사색하는 기자가 유능한 기자다.
안수찬, <뉴스가 지겨운 기자-내러티브 탐사보도로 세상을 만나다>, 삼인, 2013
2014년 2월 9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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