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 나뒹굴던 책 한 권을 읽었다. 한국신문협회가 2004년 북유럽 4개국(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을 직접 둘러보고 쓴 일종의 보고서 같은 책이다. 제목은 <지방신문 특화전략>(차재영 강미은 공저)이다.
북유럽 지역일간지들도 최근 인터넷의 여파로 어려워지고는 있지만, 대부분 흑자다. 그리고 한 지역에 하나의 일간지만 존재한다. 그래서 지역내 경쟁지가 없다. 소위 '중앙지'라 불리는 전국지들이 우리나라만큼 지역 신문시장을 장악하지도 못한다. 그 비결은 뭘까?
비결은 바로 지역밀착 전략이었다. 그건 인터넷이나 전국지도 넘볼 수 없는, 그야말로 지역신문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던 것이다.
"가수가 가창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듯이 신문 역시 독자가 원하는 정보를 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 당연한 명제가 신문산업에서는 뒤틀릴 경우가 있다. 신문을 독자에 대한 서비스로 보지 않고, 하나의 '권력'으로 볼 때 이런 당연한 명제가 새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북유럽 4개국의 지역일간지들은 지면을 어떻게 꾸미고 있을까?
-스웨덴의 지역신문은 1면에 한 평범한 중년 남성의 생일에 관한 기사를 소개하고, 7면에 그의 삶에 관한 장문의 기사로 연결되는 식으로 특수 집단이 아닌 일반 독자 중심의 편집방향을 고수하고 있다.
출입처를 관리하는 전문 기자 외에 일반기자들은 다양한 주민들을 만나 기사 거리를 획득한다.
2면 사설, 3면 독자투고, 4~9면 지역사회와 정치, 10면 전국뉴스, 12면 국제뉴스, 13~16면 문화(전국, 지방 망라), 21~24면 경제, 27~28면 학생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포츠 섹션은 특별히 매일 발행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논설과 칼럼을 담은 논평 섹션을 별도로 내고 있다.
-덴마크 지역신문도 철저한 지역밀착 기사를 내보내고 있는데, 예컨대 1면 기사로 퍼스널 스토리(인물 이야기)를 자주 싣는데, 대상인물은 지역의주민이 된다. 또한 지역내 각 타운마다 면을 따로 배정하여 각 타운의 정보나 소식을 싣고 있다.
나머지 지면은 스포츠, 자동차 등에 할애되는데 주말에는 주택(집에 관련된 기사), 취미, 스포츠 등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노르웨이 지역신문에 있어 면별 열독율에 대한 통계 역시 많은 것을 시사한다. 지역신문의 1면 열독율은 99%이다. 2위를 차지하는 면은 개인에 관한 것으로 88%를 차지한다. 그리고 지역뉴스에 대한 면이 85%를 이루고 있다. 그 뒤를 에디토리얼 페이지와 문화, 경제 면이 따르고 있다.
이를 통해서 노르웨이 지역신문에서 독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1면과 지역주민들의 대소사를 다룬 'PERSONAL' 페이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Smaalenenes Medier 신문이 지향하는 모토는 다음과 같다. 우선 독자들에게 가깝고 유용하고 즐거운 신문을 제작한다는 것이다. 또 지역주민들의 현안을 주로 다룬다. 심지어 지역주민들의 일상, 출산, 결혼, 사망 소식까지 크게 다루고 있다. 지역의 현안에 대해서 자유로운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토론의 장을 제공하는 등 지역커뮤니티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한국의 지역신문에서도 '우리동네 사람들', 또는 '이웃사촌'이라는 지면을 신설해보면 어떨까?)
Adresseavisen는 비교적 큰 지역신문으로서 지역, 지방, 전국, 국제뉴스를 모두 다룬다. 하지만 하루평균 60여 면 가운데 전국 및 국제뉴스가 차지하는 지면은 불과 2~3면 정도이고 대부분의 지면을 지역과 지방뉴스에 할애하고 있다. 지역뉴스가 많아야 경쟁력있는 신문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을 시장에서 경험했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의 생일 축하 사진이 실리는 지면.
문화, 스포츠, 연예 오락, 여행, 자동차 등의 주제를 다룬 섹션은 각각 다른 요일에 발행하고 있다. 이들 지면에서도 지역밀착형 뉴스를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행섹션의 한 면을 할애해서 주민들의 생일축하용 사진을 게재하는 따이다. 주민들이 직접 비용을 지불하기는 하지만, 저렴한 요금만을 받고 신문지면을 제공해준다. 신문사는 이들 사진들을 오락적 내용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지역주민들의 호응도 매우 높다. 생일을 맞은 사람들의 사진을 훑어보면 재미있는 편집을 볼 수 있다.
오피니어에는 2면을 할애하고 있는데, 독자들의 질문에 답해주는 코너도 있다. 어떤 종류의 질문도 가능하며, 독자들의 질문에만 답하는 전문기자가 따로 있을 정도다. 토요일에는 애완동물에 대한 문의코너를 특별히 게재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지면들이 독자들에게 인기가 매우 높다.
-핀란드에서 전국에 배포되는 Helsingin Sanomar는 헬싱키 주민 75%가 구독하는 사실상의 지역신문이다.
핀란드의 지역신문은 1면 전체를 광고로 채운다. 1면을 전적으로 지역의 군소 사업체 광고주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이 신문이 지역주민들의 것이라는 인식을 얻기 위한 목적도 있다.
오피니언란은 매일 1면씩 할애하여 독자투고와 전문 저널리스트의 칼럼을 싣고 있다. 독자투고는 편지, 이메일뿐 아니라 모바일폰을 통해 전달되는 현안에 대한 짧은 의견도 접수하여 같은 면에 별도의 항목을 만들어 게재한다.
Aamulehti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지역현안에 대한 토론회나 공청회를 회사 강당에서 개최토록 하고, 그 내용을 지면에 공개함으로써 지역현안에 대한 주민들의 폭넓은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이것은 미국의 시민저널리즘 운동과 유사한 방식이다.
이상의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결론을 내놓고 있다.
첫째, 전국지들은 국제뉴스, 경제뉴스, 중앙정치뉴스 등에서 텔레비전과 라디오, 인터넷 등 다른 매체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있지만, 지역•지방지들이 집중적으로 다루는 지역뉴스는 어떤 매체로부터의 도전에도 유리하다.
둘째, 전국지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일부 광고, 예컨대 구인광고나 부동산광고가 인터넷과 무료지 등에 의해 침식당해 전국지의 광고수익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방지는 지역 주민들의 안내광고나 지역의 소기업체 광고가 장악하고 있어 광고 영업면에서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다.
그러면서 저자들은 "신문들이 엘리트층이나 특수한 집단의 관심이 아니라 일반적인 관심을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사실 이게 우리나라 지역신문의 딜레마다. 일반인들이 대체 어떤 정보나 뉴스에 목말라 하는지를 제대로 연구한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그 '일반인'들에게 물어봐도 역시 자신의 관심이 대체 뭔지를 딱 꼬집어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게 뭘까? 북유럽 신문들이 많이 다룬다는 지역주민들의 일상, 출산, 결혼, 사망? 그리고 생일 소식?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
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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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삭제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역대 대통령들을 떠올리며 입맛이 쓰디씁니다. 어쩜 하나같이 사람들을 옥죄면서 끽소리 못하게 만들고 군림하려고 했을까요? 대통령만을 욕한다고 풀리는 일도 아니죠. 대통령은 국민 수준을 넘지 못합니다. 냉정하게 돌아보면 민주주의를 위해 온 몸으로 저항한 사람도 있지만, 그저 자기 몸 편하면 장땡이라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xml:namespace> 그런데 희한한 대통령이 나옵니다.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입..
아무리 잘사는 나라라지만 저딴거에 종이를 낭비하다니.. 아마존에게 죄스럽다..
답글삭제몇편의 글을 아주 꼼꼼히 읽고 갑니다.
답글삭제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