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4년 전까지만 해도 "대다수 신문이 끝도 없는 적자에 직면해 있다"면서 어떤 경우든 신문사를 인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사람이 바로 버핏이다. 그러던 그가 지난 15개월 동안 무려 28개 신문사를 인수했고, 여기에 투입된 돈만 3억 4400만 달러에 달했다. 그러니 그를 '투자의 귀재'로 추종해온 대다수 투자자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워런 버핏이 지난해 유독 신문사 인수에 팔을 걷어붙인 까닭은 무엇일까? 해답은 버핏이 올해(2013년)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주총 서한에 담겨 있다.
(중략)
버핏은 24쪽에 이르는 연례 서한 가운데 이례적으로 거의 3쪽을 신문 인수에 나서게 된 배경설명에 할애했다. 먼저 그는 신문산업에 대해 "발행부수와 광고 및 순익이 필연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해 신문산업의 미래가 비관적임을 스스로도 인정했다.
주목할 점은 버핏이 인수한 신문들의 성격이다. 대부분 전국지가 아닌 지방지다. 굵직굵직한 국내 혹은 해외뉴스에 치중한 전국지가 아니라 자기가 사는 동네의 시시콜콜한 소식을 자세히 전해줄 수 있는 지역신문이 바로 버핏이 노린 인수 대상이었던 것.
그에 따르면 "뉴스란 사람들이 알고 싶지만 모르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자기 고장에서 벌어지는 소식을 잘 전해줄 최고의 매체가 바로 지방신문이라는 것이다. 또 이런 기능을 해내는 한 지방신문은 앞으로도 상당수 지역 주민에게 꼭 필요한 매체로 남을 것이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바로 이런 소신에 따라 그는 2011년 11월 고향인 오마하에서 발행되는 <오마하 월드헤럴드>를 2억 달러에 인수했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그가 투자 목적이 아니라 고향에 대한 애틋한 마음에서 신문을 인수했다고 봤다. 하지만 그가 지난해 5월 지역신문사와 텔레비전 방송국을 여럿 거느린 미디어 제너럴 사를 1억 4200만 달러에 인수한 뒤 "더 많은 신문사를 인수하겠다"라고 공언하고, 실제로 석 달 뒤 중부 아이오와 주에 기반을 둔 지역신문 업체 리(Lee) 그룹에 200만 달러를 투자하자 세간의 시각도 그를 진지한 '신문 투자가'로 보는 쪽으로 급속히 바뀌기 시작했다.
하지만 버핏은 지방신문을 인수한다고 무조건 수익성이 보장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가 꼽는 성공 비결은 틈새 시장을 파고든 지방신문의 광고와 인쇄매체의 대안으로 떠오른 디지털 매체, 즉 인터넷으로 전달되는 뉴스의 유료화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공짜로 보도 내용을 훤히 파악할 수 있는데 누가 굳이 돈을 주고 같은 내용이 실린 신문을 사보겠느냐고 되묻는다. 그런 점에서 일찌감치 인터넷 신문의 유료화를 도입한 지방지 <아칸소 데모크랫 가젯>이나 전국지 <월스트리트 저널>이 앞으로 인쇄매체가 지향해야 할 성공모델이라는 것이다. 이런 견해는 그가 인수한 지방신문사들이 앞으로 어떤 경영전략을 구사할지를 짐작하게 하는 일종의 경영지침이기도 하다.
이처럼 신문사 인수에서도 본질적으로 투자가의 면모를 보이는 만큼, 그는 회생기미가 보이지 않는 신문에 대해서는 단호하다. 단적인 예로 그는 창간 153년을 자랑하는 지방지로 수도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 주에서 발행하는 <뉴스 앤 메신저>가 지난 수 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자 지난 연말 폐간 조치했다. 또 2년 전 투자한 리 그룹의 실적이 좋지 않자 지난해 투자액을 축소하기도 했다.
-시사인 2013년 3월 16일(제287호) 권웅 편집위원의 '워런 버핏은 왜 신문사를 사들이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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