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한 지 팔 년째 되던 해 이른 봄이었다. 누이의 남편감을 선보러 간다면서 아침을 먹고 의관까지 하고 나가던 남편이 웬일인지 다시 되돌아 들어오더니 부엌문 앞에 우뚝 섰다. 나는 설거지를 하고 있다가 깜짝 놀라서 남편을 쳐다보았다. 남편은 어물어물하더니 찬물을 좀 달라고 했다. 나는 영문을 모르고 찬물 한 그릇을 떠서 상 위에다가 놓았다. 그 때에 부엌에서는 시누이가 함께 설거지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물만 떠서 주고 얼른 돌아서서 하던 설거지를 계속했다. 그런데 시누이 이야기로는 남편은 그 물을 먹지도 않고 그냥 우두커니 섰다가 나갔다고 한다.
배용순 '윤봉길의 아내가 된 불행', [털어놓고 하는 말1], 뿌리깊은 나무, 1978
2012년 12월 8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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